촉감 구별의 정확성을 조절하는 뇌 기전이 처음으로 규명됐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정은지 교수 연구팀과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별세포로부터 합성 및 방출된 ‘가바(GABA)’가 촉각 지각능력을 조절하는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본 연구를 통해 별세포에 의한 인지능력 향상에 대한 새로운 연구의 장을 열고, 감각 인지장애 치료를 위한 새로운 타깃을 제시했다.

엇비슷해 보이는 감각 정보들의 차이를 구별해 내는 것은 인지기능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 정확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기작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뇌의 중심부에 위치한 시상(thalamus)은 촉각, 시각, 청각 등 여러 감각신호를 뇌로 받아들여 대뇌 피질로 전달하는 감각의 관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촉감신호의 조절에 초점을 두어 기존 신경세포 위주의 연구들에서는 설명할 수 없던 현상들에 신경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군이 참여할 것으로 생각했고,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의 활성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별세포의 유전자 및 단백질 연구를 통해, 시상에 있는 별세포가 DAO (diamine oxidase)라는 새로운 효소를 이용해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으며, Best1이라는 통로를 통해 가바를 방출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렇게 별세포로부터 방출된 가바는 주변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단순히 억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신경세포가 다양한 강도의 감각신호를 정확하게 구별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가바는 감각신호의 서로 다른 강도를 구별하여 처리하고, 시냅스에서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를 향상시키며 신호 전달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신호의 유실 및 왜곡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별세포에서 방출된 가바가 촉각 지각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 또한 밝혀냈다. 별세포에서 방출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가 역설적으로 특정한 감각신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이즈를 제거하는 형태로 작용해, 오히려 촉감을 더 민감하고 자세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줘 작은 촉감의 차이도 정확하게 구별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바 신호를 증가시킨 생쥐가 정상 생쥐는 구별해 내지 못하던 작은 촉감의 차이까지도 구별해 내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또한, 집중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시상 별세포의 가바 방출을 늘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특정 감각에 집중할 때, 다른 자극들이 차단되고 집중한 감각 구별의 정확도는 향상된다고 느끼는 현상이 별세포에서 방출된 가바가 작용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본 연구에 대해 기존 뇌연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별세포가 인지능력 조절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밝혀내 파급력이 크고, 세포, 유전자, 단백질 등 다양한 차원에서 감각 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타깃을 제시한 연구라 자평했다.

정은지 교수는 “주변 정보의 작은 차이를 잘 구분해 내는 것은 인지기능의 첫걸음으로, 본 연구는 집중 시 감각정보 구별의 정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 기전을 보여줘 감각인지기능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로 “감각장애 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 질환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이창준 단장은 “베일에 싸여있던 뇌 내 별세포의 새로운 인지 기능을 보여줌으로써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별세포도 인지 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며 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 뇌원천기술사업,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뉴런(Neuron, IF 14.403) 온라인판에 9월 9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주요 저자 정보 : 정은지(교신저자, 연세대 생명공학과), 이창준(공동교신저자,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곽한결(제1저자, 연세대 생명공학과), 고우현 (공동제1저자, 기초과학연구원), 외 25명의 공동저자

논문보기(링크)